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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세하도 —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는 초원, 그리고 우리 식탁과의 연결

오십보 백보 2026. 8. 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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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세하도 —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는 초원, 그리고 우리 식탁과의 연결


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지도에서 브라질을 찾으면 북쪽에 아마존 열대우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남쪽, 지도에서 연한 갈색으로 표시되는 광대한 지역이 있습니다. 브라질 국토의 약 21%를 차지하는 이 땅이 **세하도(Cerrado)**입니다.

세하도

 

세하도는 포르투갈어로 '닫힌', '우거진'이라는 뜻입니다. 열대 사바나와 초원이 뒤섞인 이 생태계는 지구상에서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사바나 지역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땅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가 우리 밥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브라질 세하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세하도는 어떤 땅인가

아마존이라는 이름이 워낙 유명해서, 세하도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생태계입니다. 그러나 생태학적 가치로 보면 세하도는 아마존에 버금가는 곳입니다.

세하도의 정의 — 광활한 열대 사바나

세하도는 브라질 중부 고원 지대에 펼쳐진 열대 사바나입니다. 키 작은 나무들과 덤불, 초원이 뒤섞인 풍경입니다.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아마존과는 다릅니다. 얼핏 보면 황량해 보이지만, 이 땅 아래에 비밀이 있습니다.

 

세하도의 식물들은 뿌리가 깊습니다. 어떤 나무는 지하 20미터 이상까지 뿌리를 내립니다. 건기에는 지상의 잎이 죽어도 뿌리는 살아남아 우기가 오면 다시 싹을 틔웁니다. 이 깊은 뿌리 구조가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 땅의 토양입니다.

세하도의 비밀 — 깊은 뿌리 시스템

 

포르투갈인들이 처음 이 땅을 봤을 때는 농사짓기 어려운 황무지로 여겼습니다. 산성도가 높고 알루미늄 함량이 많아 작물을 키우기 어려운 토양이었습니다. 반세기 전만 해도 세하도는 브라질 농업의 변방이었습니다.


농업 혁명이 세하도를 바꾼 방법

1970년대에 브라질과 일본이 공동으로 세하도를 농경지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PRODECER(브라질-일본 세하도 농업개발협력사업)**였습니다. 일본이 브라질 세하도 개발에 참여한 것은 식량 수입국인 일본이 안정적인 대두 공급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농업 혁명 — 거대한 대두 농장으로의 변신

핵심 기술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석회 살포였습니다. 세하도 토양의 산성을 중화시키기 위해 대규모 항공 석회 살포를 실시했습니다. 수백만 헥타르에 석회를 뿌려 pH를 올리는 작업이었습니다.

 

둘째는 대두 품종 개발이었습니다. 브라질 농업연구공사 **엠브라파(Embrapa)**가 세하도 기후에 맞는 대두 품종을 개량했습니다. 원래 대두는 온대 기후 작물인데, 적도에 가까운 세하도의 고온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품종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것이 세하도 농업 혁명의 진짜 주인공이었습니다.

 

결과는 극적이었습니다. 불모지로 여겨지던 세하도가 세계 최대의 대두 생산 지역 중 하나가 됐습니다. 브라질은 1970년대에는 대두 수입국이었는데, 지금은 미국과 함께 세계 대두 생산 1위를 다투는 나라가 됐습니다.

 

대두 이야기를 더 깊이 읽고 싶다면 → [콩의 경제학 2편] 대두 — 우리 땅의 콩이 지구 반대편 대농장이 된 이야기


세하도에서 자라는 것들

세하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것은 대두이지만, 그것만이 아닙니다.

 

대두는 여전히 세하도 최대 작물입니다. 수확한 대두는 기름을 짜는 데 쓰이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탈지대두박은 전 세계 가축 사료로 나갑니다.

 

대두유 경제학이 궁금하다면 → [식용유의 경제학 14편] 콩기름(대두유) —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기름

 

옥수수는 브라질 사바나 기후에 잘 맞아 세하도 내 두 번째 작물이 됐습니다. 브라질 옥수수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세하도에서 나옵니다. 옥수수가 어떻게 바이오연료부터 가축 사료까지 쓰이는지는 → [옥수수의 경제학 6편] 씨앗은 누구의 것인가 — 종자 전쟁과 식량 주권의 경제학

 

사탕수수도 빠질 수 없습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에탄올 생산국인데, 그 원료가 사탕수수입니다. 세하도 일부에서도 사탕수수 재배가 이루어집니다.

 

목축업도 중요합니다. 세하도는 한때 브라질 최대 목축 지대였고, 지금도 소 방목이 이루어집니다. 브라질이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이 된 배경에 세하도 목축업이 있습니다.


세하도가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이 개발의 이면이 있습니다.

 

세하도의 원래 식생은 이미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세하도 생태계의 상당 부분이 이미 농경지나 목초지로 전환됐다고 봅니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주목받는 동안, 세하도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사라져 왔습니다.

파괴의 이면 — 사라지는 생물 다양성과 탄소 저장고

왜 세하도 파괴가 문제인가요.

 

첫째, 물의 문제입니다. 세하도는 '브라질의 물탑'이라고 불립니다. 세하도 지하에는 거대한 대수층이 있고, 세하도에서 발원하는 강들이 아마존, 파라나, 상프란시스코 등 브라질 주요 강의 원류가 됩니다. 세하도 식생이 사라지면 이 수계 시스템이 무너집니다. 브라질 농업과 도시 생활 자체가 세하도의 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둘째, 탄소의 문제입니다. 세하도 식물의 깊은 뿌리 시스템은 수천 년 동안 탄소를 지하에 저장해 왔습니다. 이 땅이 경작되면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됩니다. 아마존 열대우림만큼은 아니지만, 세하도도 중요한 탄소 저장고입니다.

 

셋째, 생물 다양성의 문제입니다. 세하도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동식물종이 살고 있습니다. 갈기 늑대, 대형 개미핥기, 수백 종의 고유 식물. 이 생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GMO가 세하도와 만나는 지점

세하도에서 재배되는 대두의 대부분은 GMO 품종입니다. 제초제 내성을 가진 GMO 대두가 잡초 방제를 쉽게 해주기 때문에 대규모 단작 농업에 적합합니다.

 

GMO 표시 제도의 역설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하도의 GMO 대두로 짠 콩기름이 한국 마트에서 팔리지만, 정제 과정에서 단백질이 제거되기 때문에 GMO 표시 의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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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하도와 한국 밥상의 연결

세하도는 한국과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우리 밥상과 아주 가까이 연결됩니다.

우리 식탁 — 세하도 대두가 만든 콩기름과 육류 소비

 

한국이 수입하는 대두의 상당 부분이 브라질산입니다. 그 대두로 콩기름을 만들고, 두유를 만들고, 탈지대두박은 가축 사료가 됩니다. 우리가 먹는 삼겹살을 키운 돼지가 먹은 사료의 단백질 원료가 세하도에서 온 것일 수 있습니다.

 

된장과 간장의 원료 대두는 대부분 국산이나 비GMO 수입산을 씁니다. 하지만 식용유나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대두 성분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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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하도의 미래 — 보호와 개발 사이

브라질 정부는 세하도 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를 만들어왔습니다. 세하도 지역 토지 소유자는 일정 비율의 원래 식생을 보존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마존 보호에 비해 세하도 보호는 규제가 느슨한 편이었고, 실제 집행도 부족했습니다.

미래 — 지속 가능한 농업과 보존의 노력

최근 EU가 도입한 **EUDR(산림파괴방지법)**이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EU로 수출하는 대두, 소고기, 커피, 코코아 등이 산림 파괴와 연관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세하도도 이 규정 적용 대상에 포함됩니다. 유럽 시장에 접근하려는 브라질 농업계는 세하도 보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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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보의 정리

세하도는 불모지였습니다. 그것을 세계 식량 창고로 바꾼 것은 과학과 자본과 정책의 결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수천 년 동안 형성된 생태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세하도의 물이 줄고, 세하도의 탄소가 대기로 올라가고, 세하도의 생물들이 터전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 밥상의 콩기름 한 병, 삼겹살 한 점, 두유 한 팩. 그 생산 사슬의 어딘가에 세하도가 있습니다. 이것을 아는 것이 더 나은 선택으로 이어지는지는 각자의 판단입니다. 다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오늘도 한 걸음, 오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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