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의 경제학 3편] 골든라이스는 왜 25년이 지나도 밥상에 없는가
[GMO의 경제학 3편] 골든라이스는 왜 25년이 지나도 밥상에 없는가
"과학자들은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쌀을 만들었습니다. 그 쌀이 그 아이들의 밥상에 오르기까지 25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2024년, 그 노력이 법원 판결 하나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황금빛 쌀 한 톨의 약속
1999년 여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 Zurich)의 잉고 포트리쿠스(Ingo Potrykus) 교수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의 페터 바이어(Peter Beyer) 교수가 공동으로 논문 한 편을 발표했습니다. 두 과학자는 10년 가까운 연구 끝에 일반 흰쌀에 베타카로틴을 합성하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물질입니다. 그 쌀은 황금빛을 띠었고, 자연스럽게 골든라이스(Golden Rice)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두 사람이 이 연구를 시작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비타민 A 결핍 때문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재앙
비타민 A 결핍은 뉴스에 잘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WHO 자료는 냉혹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25만~50만 명의 어린이가 비타민 A 결핍으로 실명에 이르고, 그중 절반은 실명 후 12개월 안에 사망합니다. 피해는 대부분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집중됩니다.

이 사람들의 주식은 쌀입니다. 쌀겨와 배아 층에는 원래 영양소가 있지만, 흰쌀로 도정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제거됩니다. 주식이 쌀인데, 그 쌀에 비타민 A가 없는 구조적 문제를, 포트리쿠스 교수는 "주식 자체를 해결책으로 만들자"는 발상으로 접근했습니다.
특허의 정글 — 뜻밖에 쉽게 넘은 장벽
골든라이스가 탄생하자마자 첫 번째 장벽이 나타났습니다. 특허입니다.

골든라이스를 만드는 데 사용된 기술과 유전자 구성 요소에는 여러 기업과 기관에 걸쳐 70여 개로 알려진 특허가 얽혀 있었습니다. 공익 목적으로 만든 쌀이지만, 그 쌀을 만드는 기술 조각 하나하나에는 기업의 소유권이 붙어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신젠타(Syngenta)가 앞장서서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관련 기업·기관과 협상을 벌여, 개발도상국의 공공 연구기관과 자원이 부족한 소규모 농가에는 로열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도주의적 라이선스를 부여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특허 장벽은 이 협상으로 상당 부분 완화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허를 골든라이스의 주요 병목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 단계는 예상보다 수월하게 넘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장벽은 무엇이었을까요.
2013년 8월, 필리핀 카마리네스 수르
2013년 8월, 필리핀 카마리네스 수르 주의 한 시험 포장에서 시위대가 울타리를 넘어 골든라이스 시험 재배지를 훼손했습니다. 수십 년의 연구가 담긴 시험 포장이 짧은 시간 안에 폐허가 됐습니다.
이 사건 직후 국제 과학계는 크게 반응했습니다. 2016년, 노벨상 수상자 100여 명이 공개 서한을 통해 그린피스에 GMO 반대 운동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서한의 요지는 GMO 작물이 기존 육종 방식보다 특별히 위험하지 않다는 과학적 합의를 근거로, 취약 계층에게 필요한 기술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그린피스는 골든라이스가 진짜 해결책이 아니며, 식단 다양성과 생태 농업이 더 근본적인 답이라고 반박했습니다. GMO 산업이 개발도상국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 골든라이스를 활용한다는 우려도 덧붙였습니다.
두 주장 모두 일부 진실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이 논쟁을 20년 넘게 끝나지 않게 만든 이유였습니다.
2021년 승인, 그리고 2024년 취소
길고 긴 규제 심사 끝에 2021년 7월, 필리핀은 세계 최초로 골든라이스 상업 재배를 승인했습니다. 20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나온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4월, 필리핀 항소법원은 이 상업적 재배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골든라이스와 함께 심사받던 Bt 가지 승인도 같이 흔들렸습니다. 법원은 상충하는 과학적 견해와 불확실성을 근거로 인체·환경에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도 여전히 승인이 보류된 상태입니다.
발명(1999년)에서 승인(2021년)까지 22년, 승인에서 취소(2024년)까지 다시 3년. 25년에 걸친 여정이 다시 원점 근처로 돌아온 셈입니다.
무엇이 진짜 병목인가
이 25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골든라이스의 장벽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허 문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됐습니다. 기술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골든라이스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에서 이미 식품 안전성 승인을 받았습니다.
진짜 병목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나라마다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하는 바이오안전성 심사의 비용과 시간입니다. 대형 기업의 GMO 작물은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만, 공익 목적의 공공 연구 프로젝트에는 치명적입니다. 둘째, 반GMO 운동의 반대입니다. 인도주의적 GMO를 허용하면 상업적 GMO도 뒤따라 들어올 것이라는 '트로이 목마' 우려입니다. 셋째, 서구 과학자가 개발도상국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는 식민지적 구도에 대한 경계심입니다.
예상했던 병목 실제 상황 진짜 병목
| 특허 문제 | 인도주의적 라이선스로 상당 부분 완화 | 각국 규제 심사의 비용과 시간 |
| 기술 문제 | 여러 나라에서 안전성 승인 완료 | 반GMO 운동의 조직적 반대 |
| 수요 부재 | 비타민A 결핍 국가들의 명확한 필요 | "제3세계 실험" 이미지에 대한 경계심 |
짧은 반례 — 규제를 통과했어도 실패한 GMO
여기서 짚어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규제만 통과하면 성공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1994년 미국에서 FDA 승인을 받아 'MacGregor's'라는 이름으로 팔린 플레이버 세이버(Flavr Savr) 토마토가 그 예입니다. 개발사 캘진(Calgene)이 만든 세계 최초의 상업용 유전자변형 식품으로, 무르는 속도를 늦추는 유전자를 넣어 맛과 저장성을 동시에 잡으려 한 작물이었습니다. 등장 당시에는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토마토는 규제가 아니라 사업 실행에서 무너졌습니다. 일반 토마토보다 재배 비용이 높았고, 대량 생산·유통 과정에서 물류 문제를 겪었습니다. 결국 1997년,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같은 GMO라도 골든라이스는 과학과 규제를 통과하지 못해 좌초했고, 플레이버 세이버는 규제는 가뿐히 통과했지만 사업으로는 실패했습니다. GMO 앞에 놓인 벽은 하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십보의 정리
골든라이스 이야기에서 가장 불편한 진실은 이것입니다.
GMO를 막기 위해 설계된 규제 시스템이, 정작 대기업의 GMO보다 공익 목적의 작은 프로젝트에 더 치명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은 수십억 원을 들여 규제를 통과시킬 수 있지만, 공공 연구소는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골든라이스의 특허를 무상으로 개방한 쪽은 기업이었고, 승인을 막은 판결을 환영한 쪽은 환경단체였습니다. 어디에도 뚜렷한 악당은 없고, 어디에도 뚜렷한 영웅은 없습니다.
그 사이, 많은 아이들이 여전히 비타민 A 결핍으로 시력을 잃고 있습니다. "먹을 수 있는 기술"과 "먹게 되는 기술" 사이에는, 규제와 정치와 신뢰라는 이름의 25년이 있습니다.
기술보다 제도와 신뢰가 성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계약과 신용이라는 제도가 부와 성공을 만든 역사를 다룬 [쉬어가는 이야기] 유대인 경제 13편 — 유대인이 특별한 게 아니었다도 같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기술이 시장에 닿기까지 겪는 문턱을 다룬 [공부노트] AI 캐즘 — 기술의 죽음의 계곡인가?도 비슷한 결의 이야기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모든 GMO 논쟁의 판 자체를 흔드는 새로운 기술을 다룹니다. 유전자가위(CRISPR)로 만든 작물은 과연 GMO인가, 아닌가. 그 대답이 달라지면 규제도, 시장도, 무역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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