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O의 경제학 4편] 유전자가위는 GMO인가 — CRISPR가 30년 규제 지형을 바꾼 방법
[ GMO의 경제학 4편] 유전자가위는 GMO인가 — CRISPR가 30년 규제 지형을 바꾼 방법
질문 하나를 먼저 드리겠습니다. 완두콩 씨앗 안에 있는 유전자 하나를 잘라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외부에서 가져온 DNA는 하나도 넣지 않았습니다. 오직 원래 있던 것을 지웠을 뿐입니다. 이것은 GMO일까요, 아닐까요?

과학자에게 물으면 "다르다"고 합니다. 규제 당국에게 물으면 나라마다 다른 대답이 돌아옵니다. 소비자 단체에게 물으면 "여전히 조작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2026년 현재, 세계는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혼란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농업과 식품 산업 전체의 지형을 바꾸고 있습니다.
GMO의 경제학 2편에서 EU의 NGT(신유전체기술) 규정을 잠깐 언급했습니다. 오늘은 그 규정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삽입 없는 편집"이라는 CRISPR의 논리가 30년 된 GMO 규제 프레임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GMO와 유전자편집 — 같은가, 다른가
GMO(유전자변형생물체)의 전통적 정의는 단순합니다. 다른 종의 유전자를 삽입해서 만든 생물입니다. 제초제 내성 콩(라운드업 레디)이 대표적입니다. 글리포세이트 제초제에 저항하는 박테리아 유전자를 콩에 집어넣은 것으로, 1996년 상업 재배 시작 이후 지금도 전 세계 콩 재배면적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CRISPR(크리스퍼-Cas9)는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이미 존재하는 유전자를 정밀하게 편집하는 도구입니다. 원하는 DNA 위치를 찾아가서 자르고, 때로는 다시 붙이는 방식으로 기능을 켜거나 끕니다.
구분 전통 GMO CRISPR 유전자편집
| 외래 DNA 삽입 | 있음 | 없음(삽입 없는 편집의 경우) |
| 변화 범위 | 예측 어려움 | 표적 부위 정밀 편집 |
| 자연 발생 가능성 | 없음 | 자연 돌연변이와 유사 가능 |
| 규제 분류 | 전 세계 대체로 GMO | 나라마다 다름 |
| 대표 사례 | 라운드업 레디 콩, Bt 옥수수 | 시실리안 루즈 토마토(일본), 폴드 소(미국) |
핵심 쟁점은 이렇습니다. "외래 DNA를 넣지 않았으니 GMO가 아니다"라는 논리가 성립하는가. 이 논리가 통하느냐 통하지 않느냐에 따라 같은 작물이 어떤 나라에서는 일반 채소가 되고, 어떤 나라에서는 GMO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EU가 30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 NGT 규정의 탄생
유럽연합은 1990년대 이후 GMO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를 유지해왔습니다. 사전예방원칙을 앞세워 GMO 작물의 상업 재배를 사실상 막아왔고, 수입 GMO 식품에 대한 라벨 표시를 의무화했습니다. 그런 EU가 2026년 6월 17일 유럽의회 최종 표결로 NGT(New Genomic Techniques, 신유전체기술) 규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규정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CRISPR로 편집된 작물 중 일부는 더 이상 GMO로 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30년 동안 유지해온 원칙의 공식 전환입니다.
EU가 선택한 방식은 이분법입니다. NGT1은 외래 DNA 삽입 없이, 전통 육종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한된 수·유형의 유전적 변화만 가진 작물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 기준을 충족하면 기존 GMO 심사 절차 없이 시장에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종자 봉투에 "NGT1 식물"이라는 표시를 해야 하고, 유기농 인증은 받을 수 없습니다. NGT2는 그 이상의 복잡한 변형에 해당하며, 기존 GMO 절차와 유사한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습니다.
이 규정은 2025년 12월 잠정 합의, 2026년 4월 이사회 승인, 2026년 6월 17일 의회 최종 통과를 거쳐 2026년 7월 16일 발효됐고, 2028년 7월 17일부터 실제 적용됩니다.
한 가지 주목할 반전이 있습니다. 유럽의회가 초안 단계에서 요구했던 NGT 작물 특허 전면 금지는 최종 합의에서 빠졌습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형질·서열 자체는 특허 대상에서 제외하되, 나머지 특허는 허용하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건의 라이선싱"을 위한 자발적 행동 강령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특허를 허용하되 독점 남용을 막겠다는 타협입니다.
미국·일본·한국 — 같은 기술, 다른 대답
세 나라의 규제 방향을 비교하면 기술을 둘러싼 정치가 보입니다.

미국은 2020년 USDA의 SECURE 규칙을 통해, 전통 육종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변화라면 CRISPR 작물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왔습니다. 다만 2024년 12월, 연방법원이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이 규칙을 무효화하면서 행정 절차가 일부 2019년 이전 체계로 되돌아간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APHIS(동식물검역소)는 여전히 여러 유전자편집 작물에 대해 "규제 대상 아님"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종자 회사 Pairwise 같은 곳은 여러 건의 면제 승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가장 먼저 CRISPR 식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 나라입니다. Sanatech Seed의 시실리안 루즈 하이-GABA 토마토가 2021년 봄 묘목으로 배포됐고, 2022년부터 정식 유통됩니다. GABA는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되는 아미노산인데, CRISPR로 GABA 농도를 낮추는 조절 유전자를 편집해 토마토 속 GABA 함량을 높인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CRISPR 편집 식품에 대해 안전성 심사가 아닌 사전 신고제를 채택했습니다.
한국은 현재 규제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상태입니다. 식약처와 농촌진흥청 모두 CRISPR 작물을 GMO 심사 틀 안에서 다루고 있고, GMO 완전표시제 확대 논의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반면 연구자와 바이오 업계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EU가 30년 만에 방향을 튼 것이 한국 논쟁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가 CRISPR 작물 규제 대표 사례 방향
| 미국 | 전통 육종 동등 시 면제(2024년 이후 법적 재정비 중) | Pairwise 등 다수 면제 사례 | 완화 |
| 일본 | 신고제 | 시실리안 루즈 토마토 | 완화 |
| EU | NGT1 경량 심사, NGT2 GMO 절차 | 2028년 시행 예정 | 부분 완화 |
| 한국 | GMO 동등 심사 | 시장 유통 없음 | 논쟁 중 |
반전 포인트 — "삽입 안 했으니 안전하다"가 끝이 아닌 이유
여기서 이야기가 단순해지지 않습니다. 바로 오프타겟 효과(Off-Target Effects) 때문입니다.

CRISPR의 "가위"는 표적 DNA를 찾을 때 완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다른 DNA 부위를 건드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식물 게놈처럼 크고 복잡한 경우 이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작물에서 발생하는 오프타겟 편집이 기존 전통 육종이나 자연 돌연변이와 비교해 새로운 안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폴드 소(뿔 없는 소) 사건은 이 논란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Recombinetics가 개발한 CRISPR 편집 홀스타인 소는 태어날 때부터 뿔이 없도록 유전자를 편집했습니다. 뿔 제거는 축산 과정에서 동물 복지 문제가 큰 절차라서, 이 기술은 동물 복지 개선 사례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FDA가 데이터를 재분석하는 과정에서, 편집 부위 근처에 항생제 내성 관련 서열을 포함한 외래 박테리아 DNA가 의도치 않게 삽입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소는 "삽입 없는 편집"이 아닌 상태가 됐고, 프로젝트는 중단됐습니다.
이 사례가 말하는 것은 이겁니다. 기술이 의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삽입하지 않으려 했다"와 "실제로 삽입이 없었다"는 다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오십보의 정리
GMO의 경제학 1편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GMO는 나쁜 기술인가"가 아니라 "GMO를 둘러싼 돈의 흐름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가 진짜 질문이라고요.

4편에서 그 질문이 한 단계 더 깊어집니다. "CRISPR 작물이 GMO냐 아니냐"는 과학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자생물학자는 외래 DNA 삽입이 없으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규제 당국은 기술이 아니라 결과물이 안전한지를 봐야 한다고 반론합니다. 소비자 단체는 편집했다는 사실 자체를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종자 회사는 전통 육종과 같은데 왜 다른 규제를 받아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이 네 개의 질문 중 어느 것도 순수하게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기술이 진화하면 정의가 규제를 앞서 나갑니다. CRISPR는 1990년대 GMO 규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유전자를 다룹니다. 세계 각국이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직 그 정의를 어디에 놓을지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합의가 이루어지는 방식이 향후 글로벌 종자 시장과 식품 무역의 경쟁 지형을 결정할 것입니다.
EU가 30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과학이 바뀌어서가 아닙니다. CRISPR라는 기술이 기존 GMO 프레임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만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법과 규제는 언제나 기술의 뒤를 쫓아갑니다. 그 간격이 가장 넓은 순간이, 투자자와 기업과 규제 기관 모두에게 가장 큰 불확실성이자 기회의 시간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규제가 어떻게 갈리든, 결국 우리 밥상 위에는 이미 GMO 원료가 올라와 있습니다. 한국은 그 GMO를 얼마나, 어디서 들여오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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