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식탁

[시장의 식탁 | GMO의 경제학 5편·완결] 우리 밥상 뒤의 수입 GMO — 표시 없이, 매일, 1,000만 톤

오십보 백보 2026. 8. 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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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식탁 | GMO의 경제학 5편·완결] 우리 밥상 뒤의 수입 GMO — 표시 없이, 매일, 1,000만 톤

 

 

 

마트에서 'GMO'라고 쓰인 제품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하시나요? 아마 거의 없으실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매년 GMO 곡물을 1,000만 톤 넘게 수입합니다. 세계에서 GMO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나라 중 하나이면서, 정작 마트 선반에서 GMO 표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나라. 이 역설이 오늘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보이지 않는 1,000만 톤의 거대한 흐름

 

GMO의 경제학 시리즈의 마지막 편입니다. 1편의 소비자 인식, 2편의 무역 규제, 3편의 개발도상국 이야기, 4편의 CRISPR — 그 모든 이야기의 끝이 결국 우리 밥상으로 돌아옵니다.


숫자가 먼저 말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GMO 반입량은 약 1,092만 톤, 2025년에도 1,089만 톤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국내 상업 재배는 여전히 전무합니다.

 

이 1,000만 톤이 어디서 왔고 무엇으로 쓰이는지가 핵심입니다. 수입 GMO의 약 90% 이상이 옥수수이고, 나머지는 대두·면화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사료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가 대두유·전분당 같은 식용 가공 원료로 쓰입니다. 수입국은 미국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브라질·아르헨티나가 뒤를 잇습니다.

수입 GMO의 90%, 옥수수와 대두의 경로

 

숫자를 더 직관적으로 보면, 한국인이 먹는 돼지고기·닭고기·달걀·우유의 상당 부분은 이 GMO 옥수수를 사료로 먹은 동물에게서 나옵니다. 직접 GMO를 먹지 않더라도, 이미 GMO가 자란 동물의 식품을 매일 먹고 있는 셈입니다.

 

곡물 자급률을 보면 이 구조가 왜 바뀌기 어려운지 이해됩니다.

곡물 자급률 20%의 밥상 구조

 

곡물 자급률(2024년 기준) 현실

90%대 거의 자급
한 자릿수 초반 대부분 수입
옥수수 0%대 사실상 전량 수입
대두(콩) 한 자릿수 대부분 수입
전체 식량자급률 40%대 후반 하락세
곡물자급률(사료 포함) 20% 안팎 OECD 하위권

 

옥수수와 대두 자급률이 모두 한 자릿수 이하라는 것은, 우리가 먹는 식용유·전분당(액상과당)·두부·된장·간장의 상당 부분이 수입 GMO 원료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라벨에 쓰여 있지 않습니다.


왜 GMO 표시가 없나 — 표시 구멍의 구조

GMO를 이렇게 많이 수입하는데도 마트에서 GMO 표시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몇 개의 구조적 예외가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4

 

첫 번째 — "검출이 안 되면 표시 안 해도 된다"

제도 구멍 1 — 정제 공정과 '검출 불가능'의 논리

한국의 GMO 표시 기준은 최종 제품에서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검출될 것을 전제로 합니다. 대두유나 전분당처럼 고도로 정제·가공된 제품은 그 과정에서 DNA와 단백질이 거의 분해되어 검출이 불가능해지고, 검출이 안 되면 표시 의무도 사라집니다. 식약처도 고도의 정제 과정 등으로 검사불능인 식품은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입니다. 결과적으로 GMO 대두로 짜낸 기름과 일반 대두로 짜낸 기름이 같은 라벨을 달고 나란히 진열됩니다.

 

두 번째 — 비의도적 혼입 3%와 0.9%

제도 구멍 2 — 혼입치 허용 기준과 소비자의 알 권리

농산물 단계에서는 비의도적 혼입이 3% 이하면 GMO 표시가 면제됩니다. 가공식품에서 '비유전자변형(Non-GMO)' 표시를 하려면 혼입치가 0.9% 이하여야 합니다. EU도 0.9% 기준으로 비슷한 면제를 두지만, EU의 출발점은 "GMO가 섞였으면 원칙적으로 표시한다"는 쪽이고, 한국은 "검출이 안 되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출발점이 다릅니다.

 

세 번째 — 원재료 표시 범위의 변천

과거에는 원재료 함량 상위 5순위 이내에만 GMO 표시 의무가 있었습니다. 2017년 개정 이후로는 유전자변형 DNA가 남아 있는 원재료라면 순위와 관계없이 표시 대상으로 확대됐습니다. 다만 비의도적 혼입 3% 기준과 정제식품의 검사불능 예외는 그대로 남아 있어서, 소비자가 최종 제품만 보고 GMO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이 구조를 합치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소비자가 GMO를 피하고 싶어도, 라벨에 정보가 없으니 선택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한국은 지금 어디 서 있나

1~4편에서 살펴본 세계 규제 지형 위에 한국의 좌표를 찍어보겠습니다.

 

국가·지역 GMO 규제 기조 CRISPR 취급 표시 기준 방향

미국 가장 느슨 전통 육종 동등 시 면제(재정비 중) 자발적 바이오엔지니어드 라벨 완화
일본 중간 신고제 일부 주요 작물만 완화
EU 가장 엄격했으나 완화 중 NGT1/NGT2 이분법 0.9% 혼입 허용 부분 완화
한국 중간~엄격 GMO 동등 심사 검출 불가 시 면제 논쟁 중

 

한국의 좌표는 묘합니다. GMO 수입 의존도는 세계 최상위권이면서, 국내 GMO 재배는 오랫동안 없고, 표시 기준은 소비자보다 산업 편의를 우선하며, CRISPR 규제는 비교적 보수적입니다. 수입에는 개방적이고, 정보 공개에는 소극적이고, 신기술 도입에는 신중한, 세 방향이 서로 따로 노는 구조입니다.

규제 지형 속 한국의 좌표와 나아갈 방향

 

4편에서 짚었듯, EU가 NGT 규정을 통과시킨 것은 과학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CRISPR라는 기술이 기존 GMO 프레임으로 설명되지 않을 만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이 전환에 어떻게 응답하느냐가 앞으로 국내 종자 산업과 식품 산업의 방향을 결정할 것입니다.


오십보의 정리

1편에서 나비 로고 하나에 붙는 프리미엄의 정체를 봤습니다. 2편에서 같은 과학 앞에서 미국과 EU가 정반대의 규제를 택한 이유를 봤습니다. 3편에서 인도주의 목적의 골든라이스가 25년째 논쟁에 갇힌 역설을 봤습니다. 4편에서 CRISPR가 "삽입 없는 편집"이라는 논리로 GMO의 정의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모든 이야기의 끝이 지금 우리 밥상으로 돌아옵니다. 우리가 먹는 닭이 먹은 사료, 간장과 된장의 원료가 된 대두, 과자와 음료에 들어간 전분당의 출발점. 라벨에 쓰여 있지 않지만, 매일, 이미 그렇습니다.

 

GMO를 먹느냐 마느냐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닙니다. 곡물 자급률이 20% 안팎인 나라에서 GMO를 완전히 피하는 식탁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얼마나 알고 먹느냐입니다. 어떤 작물이 GMO인지, 어느 경로로 식탁에 올라오는지, 그 과정에 어떤 규제의 빈틈이 있는지를 아는 것. 그것이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다음 걸음입니다. "GMO는 나쁘다"거나 "GMO는 안전하다"는 단편적 결론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진 GMO인지를 볼 수 있는 눈을 갖는 것. 그것이 이 다섯 편이 향해온 방향이었습니다.


📚 GMO의 경제학 시리즈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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