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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의 경제학 3편] 이마트의 반격 — 왜 이마트는 무너지지 않았나

오십보 백보 2026. 8. 1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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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의 경제학 3편] 이마트의 반격 — 왜 이마트는 무너지지 않았나


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1편에서는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 소비자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2편에서는 삼성이 낳고 테스코가 키운 홈플러스가 사모펀드 손에 넘어간 뒤, 28년 만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을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오늘은 그 맞은편에 있는 이마트 이야기입니다.

이마트 로고와 다각화 생태계 네트워크

홈플러스가 흔들리던 2025~2026년, 이마트는 반사이익을 일부 누렸습니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이마트는 경쟁자가 쓰러졌기 때문에 좋은 실적을 낸 것일까요? 아니면 그 자리를 가져갈 준비가 이미 되어 있었기 때문일까요?

 

오늘 읽으실 내용은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창업의 원점 — 한국형 할인점이라는 아이디어

이마트 이야기를 하려면 이명희 회장과 미국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90년대 초, 이명희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프라이스클럽(현재 코스트코의 전신)과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 유통 모델을 직접 살펴봤습니다. 그 경험이 신세계에서 한국형 대형 할인점 사업을 구상하는 계기가 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993 창업의 원점 – 미국 월마트·프라이스클럽 출장 → 창동 1호점 개점, 한국형 할인점 탄생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이마트가 힌트를 얻었던 그 월마트가 나중에 한국에 직접 들어왔다가, 1편에서 읽으셨듯 8년 만에 한국 매장 전체를 이마트에 매각하고 떠났습니다. 아이디어를 준 쪽이 나중에 그 아이디어의 한국 버전에 밀려난 셈입니다.

 

1993년 11월, 서울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정찰제 가격, 대형 매장, 한 지붕 아래 신선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개점 당시 큰 화제를 모았고, 한국 소비자들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2000년대 이마트는 전국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함께 '대형마트 3강'을 이뤘고, 업계 1위를 지켰습니다. 그런데 2019년, 처음으로 흔들렸습니다.


2019년의 위기 — "대형마트의 시대가 끝났다"

2019년 2분기,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숫자 자체보다 상징이 컸습니다. "대형마트의 시대가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2019년의 상징, 텅 빈 가전 코너와 위기감

쿠팡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배송이 일상이 되고 있었습니다. 마켓컬리가 신선식품 새벽 배송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소비자들이 마트에 가는 대신 앱을 켜기 시작했습니다.

 

이마트 매장에서 카테고리별로 보면 더 선명했습니다. 가전제품은 온라인 가격 비교에 밀렸습니다. 의류·생활용품은 로켓배송이 파고들었습니다. 대형마트의 무기였던 '원스톱 쇼핑'이 조각조각 쪼개지고 있었습니다.

 

이때 이마트가 내린 선택이 나중을 결정했습니다.


"마트 회사로 남지 않겠다" — 이마트의 세 가지 선택

이마트가 위기에 대응한 방식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세 가지 선택 전략 – 트레이더스(창고형)·스타필드(체험공간)·사업다각화(스타벅스·호텔·온라인) 3대 축

첫 번째는 트레이더스입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2010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일반 이마트 매장과 달리 창고형 대용량 매장 방식입니다. 코스트코처럼 회원제는 아니지만, 묶음 상품과 대용량, 낮은 마진을 앞세웠습니다. 시작은 조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트레이더스는 이마트의 숨은 성장 엔진이 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이 흐름이 더 가팔라졌습니다. 외식 대신 집에서 대용량으로 사두는 소비 패턴이 확산됐고, 고물가 국면에서는 "묶어서 사면 싸다"는 가성비 소구가 정확히 먹혔습니다. 트레이더스는 자체브랜드(PB) 상품 비중도 꾸준히 늘려왔는데, 대표 PB 브랜드인 'T스탠다드'는 최근 매출이 전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습니다.

 

두 번째는 스타필드와 공간 혁신입니다. 쇼핑을 이길 수 없다면, 쇼핑만 하는 공간이 아닌 것을 만들자는 발상이었습니다. 스타필드가 그 답이었습니다. 마트에 수영장이 생기고, 도서관이 생기고, 체험 공간이 생겼습니다. 물건을 파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바뀐 것입니다.

쇼핑 그 이상의 공간, 스타필드 하남의 전경

기존 이마트 매장을 '스타필드 마켓'으로 재단장하는 실험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간 혁신이 실제로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초기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세 번째는 사업 자체의 다각화입니다. 이마트는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코리아(운영사 SCK컴퍼니)의 지분 67.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1년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 지분 절반을 매각한 뒤, 이마트가 추가로 지분을 사들이면서 만들어진 구조입니다. 호텔업을 하는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이마트 계열이고, 온라인 플랫폼 SSG닷컴, 그리고 최근 합작법인으로 새 출범한 G마켓까지 포함하면 이마트의 사업 구조는 대형마트 하나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증권가에서 이마트를 두고 "더 이상 마트 회사가 아니라 복합 유통기업"이라고 부르는 배경입니다.


2026년 1분기 실적 — 14년 만의 최대 영업이익, 그 숫자의 내막

2026년 1분기(1~3월), 이마트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1,78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어난 수치로, 2012년(1,905억 원) 이후 1분기 기준 14년 만의 최대치입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조 1,234억 원으로 오히려 1.3%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794억 원으로 5% 감소했습니다. 즉 "매출은 소폭 줄었는데 이익은 크게 늘었다"는 것이 이번 실적의 핵심입니다. 비용 통제와 수익성 개선이 매출 증가보다 더 빠르게 진행됐다는 뜻입니다.

14년 만의 최대 실적, 데이터로 보는 반격 (

이 실적을 부문별로 뜯어보면 그림이 더 선명해집니다.

  • 본업(이마트 별도 기준): 매출 4조 7,152억 원(+1.9%), 영업이익 1,463억 원(+9.7%)으로 2018년 이후 8년 만의 1분기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 트레이더스: 매출 1조 601억 원(+9.7%)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처음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478억 원(+12.4%) 늘었습니다.
  • 스타필드 마켓으로 재단장한 일산점은 매출이 전년 대비 75.1% 뛰었고, 방문 고객 수는 104.3% 급증했습니다. 함께 리뉴얼한 동탄점(+12.1%), 경산점(+18.5%)도 성장했습니다.
  • **SCK컴퍼니(스타벅스)**는 매출 8,179억 원(+7.3%), 영업이익 35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 조선호텔앤리조트는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매출 1,685억 원(+2.4%), 영업이익 39억 원(+116.7%)으로 크게 개선됐습니다.
  • G마켓은 합작법인 출범 이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간 끝에, 거래액(GMV)과 객단가가 4년 만에 반등했습니다.

여기에 홈플러스의 영업 차질로 인한 반사수요도 일부 더해졌습니다. 경쟁사인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국내 영업이익이 30.9% 늘었다는 점을 보면, 홈플러스 공백의 효과가 이마트만의 것은 아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마트의 이번 실적은 트레이더스의 구조적 성장, 스타필드 마켓 리뉴얼 효과, 스타벅스·호텔 등 자회사 실적 개선, 그리고 홈플러스발 반사수요가 겹쳐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개의 작은 성공이 쌓인 그림에 가깝습니다.


온라인은 여전히 숙제 — SSG닷컴의 그늘

다만 모든 지표가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 플랫폼 SSG닷컴은 1분기 매출 3,226억 원으로 전년보다 9.6% 줄었고, 21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적자 폭도 전년보다 커졌습니다.

끝나지 않은 숙제, SSG닷컴의 새벽 배송 차량

새벽 배송 경쟁에서 컬리와 쿠팡이 이미 소비자 습관을 만들어버린 뒤에 뛰어든 후발주자의 한계가 여전합니다. 이마트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SSG닷컴이 언제 흑자로 돌아설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회사 안팎에서는 흑자 전환이 임박했다는 신호도 조금씩 나오고 있어, 다음 분기 이후를 지켜볼 부분입니다.

 

이 지점이 이마트를 '완전한 부활'이라고 부르기 조심스러운 이유입니다. 오프라인은 뚜렷하게 살아나는 중이고, 체험형 공간 실험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미래 핵심 채널인 온라인에는 아직 구멍이 남아 있습니다. 이마트는 2분기 영업이익 2,0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잡고 있고, 트레이더스는 점포당 매출 15% 이상 성장, 추가 매장 5개 확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반격과 온라인 숙제가 동시에 진행 중인 셈입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서로 다른 방향 같은 결론

이쯤에서 2편의 홈플러스 이야기와 나란히 놓아보겠습니다.

이마트 vs 홈플러스 비교

홈플러스는 회생 과정에서 대형마트 방식을 포기하고 600~1,000평 식품 중심 소형 매장과 PB 위주 구성으로 바꿨습니다. 업계에서 '트레이더 조(Trader Joe's) 모델'이라고 부르는 방향입니다. 규모를 줄이고, 잘 팔리는 것에 집중하고, 마진을 높이는 축소·재편의 길입니다.

 

이마트는 정반대처럼 보입니다. 트레이더스로 사업을 분화시키고, 스타필드로 공간을 확장하고, 스타벅스·호텔·이커머스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축소가 아니라 확장과 재조합의 길입니다.

 

방향은 다르지만 출발점은 같습니다. 둘 다 "기존의 대형마트 모델만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 시작했습니다. 홈플러스는 몸집을 줄여 살아남으려 하고, 이마트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살아남고 있습니다.


오십보의 정리

월마트와 까르푸는 한국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해 떠났습니다. 홈플러스는 사모펀드의 재무 논리와 온라인 전환 실기가 겹쳐 벼랑 끝까지 몰렸습니다. 이마트는 2019년의 위기를 거치면서 '마트 회사'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나누고 넓혔습니다.

 

세 이야기를 겹쳐 보면 하나의 질문이 남습니다.

 

대형마트라는 형태 자체가 끝나가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대형마트라는 이름은 유지하되 그 안의 내용물을 완전히 바꿔야 살아남는 시대가 된 걸까요?

 

이마트는 무너지지 않았다기보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여러 조각으로 나눴습니다. 대형마트의 승부는 이제 매장 면적이 아니라, 매장 밖에 얼마나 넓은 생태계를 갖추느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반격은 복귀가 아니라 변형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한국 유통 생태계의 또 다른 얼굴을 봅니다. 대형마트가 들어설 때마다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전통시장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한 걸음, 오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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