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의 경제학 5편] 대형마트는 왜 쉬어야 했나 — 의무휴업 14년, 그 규제의 성적표
[마트의 경제학 5편] 대형마트는 왜 쉬어야 했나 — 의무휴업 14년, 그 규제의 성적표
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4편 마지막에 짧게 예고했던 질문을 꺼낼 시간입니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 여러분은 어디로 가셨나요?"

이 질문이 사실 중요합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전통시장에 갑니다"일 거라고 전제하고 만들어진 규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땠을까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올해로 14년째입니다. 그동안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이면 문을 닫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도 제한됐습니다. 제도의 취지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2026년, 이 제도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회에는 개정안 두 건이 법안심사소위에 올라 있고,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이 제도의 효과를 실증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노동계와 소상공인 단체는 규제 완화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입니다.
오늘은 그 14년의 성적표를 꼼꼼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결론을 미리 정해두지는 않겠습니다. 이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니까요.
제도의 탄생 — 2012년, 대형마트에 '강제 휴식'을 부과하다
유통산업발전법의 의무휴업 조항은 2012년에 생겼습니다. 당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가 전국으로 점포를 빠르게 늘리던 시기였고,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의 매출은 그만큼 빠져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규제의 논리는 직관적이었습니다. 대형마트가 주말에 문을 닫으면,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전통시장이나 동네 슈퍼로 발길을 돌릴 거라는 전제였습니다. 오프라인 유통끼리의 대체 관계를 가정한 설계였습니다.
당시 이 규제는 뜨거운 찬반 논쟁을 일으켰지만 결국 시행됐습니다. 대형마트 업계는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도는 그렇게 자리를 잡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규제가 설계될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 전반의 폭발적 성장이었습니다.
14년 사이 유통 지형이 통째로 바뀌었다
규제가 만들어진 2012년 무렵, 국내 온라인 유통이 전체 유통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했습니다. 이 시기엔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이라는 구도가 합리적인 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기준으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온라인 유통 매출은 약 90조 원대 후반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며, 주요 유통업체 매출 전체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납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은 2014년 약 39조 5,000억 원대에서 2023년 약 28조 3,000억 원대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규제가 유지되는 동안 대형마트는 빠르게 위축됐고,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온라인은 폭발적으로 성장한 셈입니다.
KDI가 지적한 핵심 문제의식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프라인 점포끼리의 대체 관계를 전제로 설계된 의무휴업 제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소비 이동이 훨씬 활발해진 지금의 유통 환경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쿠팡은 주말에도 새벽에도 영업하는데 대형마트만 둘째·넷째 일요일에 문을 닫는 것이 여전히 합리적인 규제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지자체들의 '평일 전환' 실험 — KDI가 들여다본 자연실험
중앙 정부와 국회가 법 개정을 두고 씨름하는 사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조례 권한을 활용해 먼저 움직였습니다.

2023년 2월, 대구광역시가 관내 전 구·군의 의무휴업일을 평일(월요일)로 일괄 전환했습니다. 이후 청주, 서울 서초구·동대문구, 부산 일부 자치구 등으로 평일 전환이 확산됐습니다. KDI 보고서 기준(2025년 2월)으로는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30곳(약 13%)이 이미 조례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고, 이를 통해 대형마트 67개, SSM 245개가 일요일에도 정상 영업하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현재는 이 수치가 더 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정책 실험은 결과적으로 KDI에게 살아있는 자연실험 데이터가 됐습니다. KDI는 2015~2024년 신한카드 결제 데이터를 지자체별 의무휴업일 전환 시점과 연계해 분석했습니다(KDI FOCUS, 2026년 5월 21일 발표).
결과는 이렇습니다. 평일로 전환한 지역에서 대형마트 매출은 대구 약 4.7%, 서울(서초·동대문) 약 2.8%, 부산 일부 자치구는 약 6.2~7.9%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숫자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매출이 어떻게 됐느냐입니다.
KDI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전통시장 등 다른 오프라인 업태의 매출 감소를 수반하지 않은 가운데, 대형마트 매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생활·식품·잡화, 농축수산·전통유통 업태에서 매출이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통계적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구의 생활·식품·잡화 업태와 서울 동대문구의 농축수산·전통유통 업태에서는 오히려 매출이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대형마트가 문을 열어 집객이 늘면서,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이 인근 전통시장에도 함께 들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발견은 평일 전환 이후 온라인 소비가 오히려 줄었다는 점입니다. 대구에서는 전체 온라인 결제금액이 약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형마트의 주말 접근성이 회복되자, 온라인으로 향하던 일부 소비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이 데이터만 놓고 보면, "대형마트가 쉬면 소비자가 전통시장에 간다"는 애초의 전제는 적어도 지금의 유통 환경에서는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무휴업이 전통시장보다는 온라인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KDI 분석이 보여주는 그림에 가깝습니다.
반론도 진지하다 — 규제가 지켜온 다른 것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KDI 분석은 '매출 감소 증거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규제가 완전히 불필요했다는 결론은 아닙니다.
의무휴업 제도가 지켜온 게 매출 전환 효과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유통업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입니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수만 명의 노동자에게 주말 정기 휴무는 삶의 질과 직결됩니다. 2026년 7월 22일 노동·시민·소상공인 단체가 함께 연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저지 대책위' 기자회견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규제 완화가 야간·주말 노동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둘째는 심리적 진입장벽의 문제입니다. 대형마트가 24시간 365일 주말에도 문을 연다는 사실 자체가, 데이터에는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인근 상권의 '포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셋째는 KDI 연구 자체의 한계입니다. 분석 대상은 30개 지자체, 주로 대도시 지역입니다. 온라인 소비가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았거나, 오프라인 점포 간 대체 관계가 여전히 강한 농어촌 지역이나 소도시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KDI도 "모든 지역으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SSM이라는 회색지대
이 논쟁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플레이어가 하나 있습니다. SSM, 기업형 슈퍼마켓입니다. 이마트에브리데이·GS더프레시·롯데슈퍼·홈플러스익스프레스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고, 대형마트와 동일하게 의무휴업 규제를 받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SSM은 최근 다른 오프라인 업태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1분기 기준 SSM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 늘었고, 상반기 전체로도 약 5.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약 0.7%), 백화점(약 3.1%), 편의점(약 5.2%) 성장률을 모두 웃도는 수준입니다.
왜 SSM은 같은 규제 아래서도 선방하고 있을까요. 포지셔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SSM은 "편의점보다 싸고, 대형마트보다 가깝다"는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1·2인 가구가 늘어날수록, 차를 타고 멀리 가서 한꺼번에 많이 사는 대형마트 모델은 힘이 약해지고, 집 근처에서 필요한 만큼 자주 사는 근거리 소비 모델은 힘을 얻습니다. SSM은 구조적으로 이 변화의 수혜자에 가깝습니다.
KDI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이후 대구 SSM 매출은 약 3.4%, 서울 서초·동대문 SSM 매출은 약 0.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SM은 대형마트와 부분적으로 경쟁하면서도, 근거리 소비라는 독자적인 수요층을 함께 갖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SSM의 확장은 '동네 슈퍼'라 불리던 개인 소형 소매점에는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독립 점포의 폐점과 편의점으로의 업태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6편에서 편의점과 함께 더 깊이 다루겠습니다.
2026년 현재, 국회의 선택은
지금 국회에는 두 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에 올라 있습니다.

한 안(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SSM의 온라인 배송에 한해서만 영업시간·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절충안입니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은 지금처럼 규제를 유지하되, 앱과 웹으로 받은 주문을 새벽에 배송하는 것만 허용하자는 방향입니다.
다른 안(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온라인 배송 허용뿐 아니라 의무휴업 자율화와 심야 영업 제한 폐지까지 포함하는 전면 완화안입니다.
두 안 모두 온라인·오프라인 간 규제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삼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단체와 노동계는 두 법안 모두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현재, 법안 처리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14년 전에 설계된 규제가, 그사이 완전히 달라진 유통 환경을 얼마나 잘 담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오십보의 정리 — 규제는 '무엇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1편에서 5편까지 유통 이야기를 이어오면서 한 가지가 점점 선명해집니다. 유통 규제는 중립적인 장치가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를 지킬 것인가"라는 정치적 선택을 법률의 언어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2012년의 의무휴업 제도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라는 구도 안에서, 전통시장과 골목 상인을 지키겠다는 선택이었습니다. 그 선택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시 대형마트의 팽창 속도는 실제로 빨랐고, 골목 상권이 위협받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에 다시 그 선택을 검토하는 이유는, 지켜야 할 대상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유통 지형 자체가 통째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2012년의 축이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이었다면, 2026년의 축은 "온라인 대 오프라인 전체"에 더 가깝습니다. 대형마트를 규제해도 그 소비가 전통시장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흘러간다면, 규제가 실제로 지키고 있는 게 누구인지 다시 물어야 하는 시점인 셈입니다.
이 논쟁의 결말은 아직 쓰이지 않았습니다. 국회 소위에서 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규제 완화가 실제 유통 현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 2026년 하반기에 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날 것입니다.
오십보는 특정 결론을 지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결정이 데이터와 이해관계자 모두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반영해서 내려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늘도 한 걸음, 오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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