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의 경제학 5편] 올리브유 — 지중해가 세계의 부엌을 장악한 방법, 그리고 기후가 그 판을 흔들기 시작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2024년 봄, 마트에 가셨다가 깜짝 놀라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평소 1만 9,800원에 사던 올리브유 900ml 한 병이 2만 6,500원이 됐습니다. 33.8% 인상입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CJ제일제당, 샘표, 사조해표, 동원F&B가 거의 동시에 가격을 올렸습니다. 정부가 식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던 시기였음에도 기업들은 버틸 수 없었습니다.

원인은 스페인이었습니다. 세계 올리브유의 40~50%를 혼자 생산하는 나라, 그 땅이 몇 년 연속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면서 생산량이 반 토막 났습니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2020~2021년 t당 2,400~2,800달러 수준에서 2024년 1분기 t당 약 1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3~4년 사이 약 3.5~4배가 올랐습니다.
한 나라의 날씨가 전 세계 올리브유 가격을 결정한 것입니다.
오늘 식용유의 경제학 5편은 올리브유입니다. 쫀쿠가 생산국 경쟁과 위조 스캔들을 읽었다면, 오십보는 그 기름이 어떻게 가격이 결정되고, 왜 공급망이 이렇게 취약하고, 지중해 농업이 흔들릴 때 우리 밥상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읽어보겠습니다.
올리브유의 생산국 경쟁과 위조 스캔들이 궁금하다면 → [음식으로 여는 세상] 올리브유 한 병의 이력서,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의 황금빛 전쟁 (쫀쿠)
세계 올리브유 산업의 지형 — 지중해 3국이 세상을 먹인다
올리브유는 세계 식용유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합니다.
팜유, 대두유, 카놀라유처럼 억 톤 단위로 생산되는 기름이 아닙니다. 연간 세계 올리브유 생산량은 약 310만 톤 수준입니다. 카놀라유나 팜유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지만, 가격이 높기 때문에 시장 금액 기준으로는 2024년 약 140억 달러 수준의 큰 시장입니다.
그리고 이 시장의 구조가 매우 특이합니다.
세계 올리브유 생산의 약 66% 이상이 지중해 세 나라에 집중됩니다. 스페인이 약 40~50%, 이탈리아가 약 20%, 그리스가 약 12~16%를 차지합니다. 다른 식용유에서는 보기 어려운 극단적인 공급 집중 구조입니다.
비교해보면 더 선명합니다. 팜유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가 주도하지만 여러 나라가 생산에 참여합니다. 대두유는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로 분산됩니다. 카놀라유는 캐나다·EU·중국·인도 등이 나뉘어 생산합니다. 그런데 올리브유는 지중해 3국이 세계를 먹입니다.
이 구조가 올리브유 경제학의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이 세 나라에 기후 이상이 오면, 전 세계 올리브유 가격이 흔들립니다.
기후플레이션 — 날씨 하나가 가격표를 바꾼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올리브유 가격 폭등은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는 단어를 경제 뉴스에 등장시켰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날씨가 농산물 생산을 감소시켜 물가를 올리는 현상입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 세계 최대 올리브 산지입니다. 이곳에 2022년부터 수십 일 연속 40~50도에 달하는 폭염과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습니다. 2022~2023년 스페인의 올리브유 생산량은 약 66만 톤으로, 평년(120만~140만 톤)의 절반 이하였습니다. 스페인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약 50% 급감한 수준입니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EU 전체로 보면 2022~2023 시즌 올리브유 생산이 전년 대비 약 40% 급감했습니다. 공급이 줄었는데 수요는 그대로이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3년 9월에는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에 도달했고, 전년 대비 무려 117% 상승한 것으로 기록됩니다.
시점 국제 올리브유 가격 (톤당, 대략)
| 2020~2021년 (평균) | 약 2,400~2,800달러 |
| 2023년 중반 | 약 7,000~9,000달러 |
| 2024년 1분기 (최고점) | 약 9,700~1만 달러 수준 |
| 2026년 현재 (안정화) | 약 6,000~7,000달러 수준 |
올리브유는 이 기간 동안 사실상 사치품이 됐습니다. 이탈리아 마트에서는 도난 방지 자물쇠가 달린 올리브유 진열대가 등장했고, 스페인에서는 올리브유를 구매량 제한으로 판매하는 슈퍼마켓도 나왔습니다.
2024~2025 시즌에는 스페인 생산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가격이 점차 내려오고 있습니다. 폭등은 일시적이었지만, 기후 취약성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올리브유의 지중해 공급 집중 구조가 바로 이 취약성의 원인입니다. 분산된 공급망을 가진 기름이었다면 한 지역 흉작의 충격이 이렇게 전 세계로 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페인이 만들고 이탈리아가 팔았다 — 원산지 프리미엄의 경제학
올리브유 시장에는 오래된 역설이 있습니다.

스페인은 세계 올리브 작물의 절반을 생산합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마트에서 집어드는 올리브유 병에는 이탈리아 브랜드가 더 많습니다. 베르톨리(Bertolli), 사소(Sasso), 카라펠리(Carapelli).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 브랜드들이 이탈리아 기름이라고 인식합니다.
실제 구조는 다릅니다. 그리고 더 흥미롭습니다. 베르톨리는 1865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루카에서 시작한 오래된 브랜드입니다. 그러나 2008년 유니레버가 이 브랜드를 스페인 기업 그루포 SOS(현재 데올레오, Deoleo)에 약 6억 3,000만 유로에 매각했습니다. 지금 베르톨리 올리브유의 실제 소유주는 스페인 기업입니다.
구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원료는 스페인·그리스·튀니지산, 브랜드 이름은 이탈리아, 기업 소유주는 스페인. 소비자는 '이탈리아산'으로 인식하지만, 실제 사슬의 어디에도 이탈리아가 중심이 아닙니다. 스페인이 기름을 만들고, 이탈리아 이름이 브랜드를 팔고, 다시 스페인 기업이 그 이름을 소유합니다.
2023년 세계 올리브유 수입량 1위는 미국이었는데, 이탈리아가 2위에 오른 것은 이 병입 수출 구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는 올리브유를 수입해서 이탈리아산 브랜드로 다시 수출하는 나라입니다.
이 구조에서 가격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탈리아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스페인산보다 40~65%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품질의 기름이라도 병에 어느 나라 라벨이 붙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원산지 프리미엄"의 경제학입니다.
그리스는 조금 다른 전략을 씁니다. 생산량은 스페인·이탈리아보다 적지만, 생산 올리브유의 75% 이상이 엑스트라 버진 등급입니다. PDO(원산지 명칭 보호) 인증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품질 고급화로 승부합니다. 칼라마타와 코로네이키 품종의 올리브유는 30~40%의 가격 프리미엄을 받습니다.
PDO 인증 — 지리가 가격이 되는 방법
버터 편에서 에쉬레(Échiré) AOP 인증을 읽으셨다면 기억하실 겁니다. 올리브유에도 같은 구조가 있습니다. 유럽의 PDO(원산지 명칭 보호, 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인증입니다.

PDO 인증은 특정 지역에서 특정 방식으로 생산된 올리브유에만 라벨을 붙일 수 있게 합니다. 이탈리아에만 40개 이상의 PDO 인증 올리브유 라벨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PDO 인증 올리브유 시장은 전체 이탈리아 올리브유 수출액의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형성하며, 지리 인증이 곧 가격 프리미엄으로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이 인증의 경제적 효과는 단순합니다. 아무리 북아프리카(튀니지, 모로코)에서 올리브유 생산이 늘어도, 칼라마타 PDO는 그리스 카라마티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습니다.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가격을 지탱하는 구조입니다.
버터에서 에쉬레가, 올리브유에서 칼라마타가 하는 역할이 같습니다. 지리를 브랜드로 만들어 희소성을 유지하고, 그 희소성이 프리미엄 가격으로 전환됩니다.
이것이 올리브유가 다른 식용유와 다른 결정적 차이입니다. 카놀라유, 옥수수기름, 팜유는 원가가 가격을 결정합니다. 올리브유는 원산지와 인증이 가격의 일부를 결정합니다.
공급망 지형의 변화 — 새로운 플레이어들
지중해 3국의 독점은 서서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튀니지는 이미 세계 4위 올리브유 생산국입니다. 전통적으로 대량 저가 벌크 원유(bulk oil)를 지중해 3국에 수출하는 구조였지만, 최근 자국 브랜드와 품질 향상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2020~2025년 사이 올리브 재배 면적이 15% 증가했습니다. 알렌테주 지방이 집중 투자의 중심지입니다.
캘리포니아는 놀라운 사례입니다. 2024년 캘리포니아에서 수확한 올리브의 75%가 고급 올리브유 생산에 쓰였습니다. 스페인 주요 올리브유 생산업체 아세수르(Acesur)는 캘리포니아 우드랜드에 초고밀도(SHD) 방식으로 올리브나무를 심는 대규모 재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027년 첫 수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땅에서 스페인 기술로 올리브유를 만드는 것입니다.
기후 이동도 진행 중입니다. 기후 모델에 따르면 스페인 남부는 2030년까지 올리브 재배 적합 면적이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신 지금까지 올리브 재배와 거리가 멀었던 영국 남부, 프랑스 북부, 독일 일부 지역에서 올리브 재배가 가능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올리브유의 지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 올리브유 시장의 구조
한국은 올리브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전량 수입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올리브유 시장 중 하나입니다.
지중해 식단에 대한 관심, 건강 기름 트렌드, 그리고 이탈리아 요리의 대중화가 맞물리면서 2000년대 이후 올리브유 소비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올리브유의 상당 부분이 스페인산입니다. 스페인이 만들고 이탈리아 브랜드를 붙여 판매한 것도 있고, 스페인산으로 직접 판매되는 것도 있습니다.
2024년 올리브유 가격 30% 인상은 한국 소비자에게도 직격탄이었습니다. 이미 카놀라유보다 훨씬 비쌌던 올리브유가 더 올라가자, 일부 소비자들은 카놀라유나 포도씨유로 대체했습니다. 올리브유만 100% 쓴다고 강조해왔던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가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023년 10월부터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유를 50:50으로 블렌딩한 튀김기름으로 전환했습니다.
이것이 기름의 경제학입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에 가뭄이 오면, 서울 치킨집 튀김기름이 바뀝니다.
올리브유의 건강 경제학 — 프리미엄의 근거
올리브유가 다른 식용유보다 훨씬 비싼 데는 건강 이미지가 큰 역할을 합니다. 그 근거를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올리브유는 단불포화지방산(올레산, 오메가-9)이 전체 지방의 약 73% 수준으로 매우 높습니다. 포화지방은 약 14%입니다. 이 구성이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혈관 건강에 유리하다는 것이 다수 연구의 결론입니다.
2006년 FDA는 올리브유에 대해 "포화지방을 올리브유로 대체할 때 심장질환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조건부 건강 주장을 허용했습니다. 지중해 식단이 심혈관 건강에 좋다는 대규모 임상 연구(PREDIMED)도 올리브유의 건강 이미지를 뒷받침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구별이 필요합니다. 건강 연구의 대부분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EVOO)를 기준으로 합니다. 정제 올리브유(Pure Olive Oil)는 정제 과정에서 폴리페놀 등 항산화 물질이 제거됩니다. 마트에서 저렴하게 파는 "퓨어 올리브유"와 EVOO는 성분이 다릅니다.
또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의 발연점은 품질과 산도에 따라 약 177~210°C 범위에서 편차가 있습니다. 일반 가정 요리(팬 볶음 등)에는 충분하지만, 고온 튀김보다는 드레싱·마무리 용도에 더 적합합니다. 발연점이 220~230°C 수준인 카놀라유·옥수수기름이 고온 요리에 더 유리한 이유입니다.
구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퓨어 올리브유
| 산도 | 0.8% 이하 | 1% 이하 |
| 정제 여부 | 비정제 (냉압착) | 정제 후 블렌딩 |
| 폴리페놀 | 풍부 | 적음 |
| 발연점 | 약 177~210°C | 약 200~240°C |
| 가격대 | 높음 | 낮음 |
오십보의 정리
올리브유 한 병의 가격이 몇 년 사이 3.5~4배까지 치솟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세 가지를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공급 집중의 취약성입니다. 세계 올리브유의 60% 이상이 지중해 3국에서 나옵니다. 이 집중이 올리브유를 기후 변화에 극도로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스페인에 가뭄이 들면 전 세계 올리브유 가격이 흔들립니다.
둘째, 원산지 프리미엄의 경제학입니다. 스페인이 만들고 이탈리아가 브랜드로 판매하는 구조, PDO 인증이 지리를 가격으로 만드는 방식. 올리브유는 "어디서 만들었는가"가 가격에 직접 반영되는 기름입니다.
셋째, 기후의 경제화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은 더 자주 일어날 것입니다. 올리브나무가 자랄 수 있는 지역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올리브유의 지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포르투갈, 심지어 영국까지. 100년 후의 올리브유 산지는 지금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음에 올리브유 한 병을 집어들 때, 라벨 뒤의 산지를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그 산지의 날씨를 생각해보시면, 가격표가 다르게 읽힐 것입니다.
오늘도 한 걸음, 오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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