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사물의 경제15 [사물의 경제학 파트2] 압력솥의 경제학 — 파팽의 증기 소화기에서 한국의 전기압력밥솥까지 [사물의 경제학 파트2] 압력솥의 경제학 — 파팽의 증기 소화기에서 한국의 전기압력밥솥까지 ◼ 340년 전 발명이 오늘의 부엌 필수품이 되기까지1679년 파리. 물리학자 드니 파팽(Denis Papin)은 뼈를 부드럽게 만드는 실험을 하다 이상한 장치를 발명합니다. 정확히는 압력솥이 아니라 '증기 소화기(Steam Digester)'였습니다. 밀폐된 용기에서 증기압을 높이면 물의 끓는점이 100도를 넘어간다는 원리를 이용해, 뼈와 질긴 재료를 빠르게 연화하는 과학 장치였습니다. 초기 장치는 고압을 다루는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안전성 문제가 컸고, 파팽은 과압을 배출하는 안전밸브를 달아 이를 보완했습니다. 이것이 현대 압력솥의 원형이지만, 조리기구로 곧바로 실용화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 2026. 8. 20. [사물의 경제학 파트2] 가마솥의 경제학 — 열을 저장하는 솥과 한 솥을 나누는 공동체 [사물의 경제학 파트2] 가마솥의 경제학 — 열을 저장하는 솥과 한 솥을 나누는 공동체 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파트1이 냉기의 경제학이었다면, 파트2는 열의 경제학입니다. 인류가 불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무엇에, 어떻게 담아 끓이는가는 단순한 조리 기술이 아니라 재질의 물리학, 공동체의 구조, 전쟁이 만든 산업 전환의 문제였습니다. 그 첫 이야기는 가장 오래되고 무거운 도구, 가마솥입니다.◼ 눌은밥은 필연이 아니라 조리 조건의 결과가마솥 밥의 매력은 바닥의 눌은밥(누룽지)입니다. 이 맛의 차이는 감성이 아니라 물리학에서 나옵니다. 무쇠(주철)는 열전도율 자체는 그리 높지 않지만, 두꺼운 질량 덕분에 열을 많이 저장합니다. 가마솥 바닥은 두껍고 무게도 상당한데, 이 질량이 축적하는 열에너지의 총량은 .. 2026. 8. 17. [사물의 경제학 완결] 냉방의 미래 — 기술은 있는데 왜 시장이 안 바뀌는가 [사물의 경제학 완결] 냉방의 미래 — 기술은 있는데 왜 시장이 안 바뀌는가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120년의 구조1902년 윌리스 캐리어가 브루클린 인쇄소에 설치한 장치의 원리는 지금 여러분 집 에어컨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냉매를 압축하고 팽창시키는 과정에서 열을 이동시키는 증기 압축 방식입니다. 120년 동안 에너지 효율은 올라가고 냉매 성분은 바뀌었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그 120년 동안 대안 기술들이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지금도 실험실에서 몇 가지 기술이 "냉방의 미래"를 다투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같은 질문이 남습니다. 기술은 있는데 왜 시장은 안 바뀌는가.◼ 미래 기술 — 각자의 가능성과 현재 위치복사 냉각(Radiative Cooling)열을 우주로 직접 방사.. 2026. 8. 15. [사물의 경제학] 쿨매트·온수매트 — 매트 한 장이 사계절 산업이 되기까지 [사물의 경제학] 쿨매트·온수매트 — 매트 한 장이 사계절 산업이 되기까지 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바닥에 누운 기술의 역사한국인은 바닥에 눕습니다. 온돌 문화가 오래도록 이어온 습관입니다. 침대 보급률이 높아진 지금도, 이불을 깔고 바닥에 눕거나 침대 위에 매트를 추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바닥과 몸 사이의 얇은 공간이 하나의 산업이 됐습니다.여름에는 쿨매트, 겨울에는 온수매트.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매트로 여름·겨울을 모두 쓰는 사계절 겸용 제품까지. [에어컨]이 공기를 바꾸고, [선풍기]가 공기를 움직이는 동안, 매트는 몸과 가장 가까운 면에서 온도를 조절합니다.◼ 첫 번째 축 — 소재 전쟁: "아이스실크"는 실크가 아닙니다여름 쿨매트 시장의 핵심 언어는 소재입니다. 매장에 가면 아이스실크,.. 2026. 8. 14. [사물의 경제학] 제습기 — 장마가 만든 시장, 기후가 흔드는 시장 [사물의 경제학] 제습기 — 장마가 만든 시장, 기후가 흔드는 시장 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여러 나라에서 존재감이 다른 여름 가전제습기는 여러 나라에서 팔리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비중으로 팔리는 보편 가전은 아닙니다. 미국에도 있고 유럽에도 있지만, 한국처럼 장마철이 되면 판매량이 크게 뛰는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제습기는 특정 기후 조건이 만든, 유독 존재감이 큰 시장입니다.[에어컨 편]에서 계급 상품이 필수재가 되는 과정을 읽었다면, 오늘은 반대 방향의 이야기입니다. 처음부터 특정 기후 조건에 기대어 성장한 시장이, 그 기후가 달라지면서 흔들리는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축 — 장마 경제학: 비가 만든 시장한국 기상청 기준, 장마는 통상 6월 하순에 시작해 7월 하순 무렵 끝나며, 기간은 .. 2026. 8. 13. [사물의 경제학] 에어컨 — 계급의 기계가 필수재가 된 날, 그리고 그 대가 [사물의 경제학] 에어컨 — 계급의 기계가 필수재가 된 날, 그리고 그 대가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발명 목적이 사람의 더위가 아니었다1902년, 뉴욕 브루클린의 한 인쇄소에 장치 하나가 들어섰습니다. 여름 습기에 종이가 늘어나고 잉크가 번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온습도 조절 장치였습니다. 젊은 엔지니어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가 설계했고, 훗날 그가 세운 회사의 이름이 됐습니다. 정확히는 오늘날 가정에서 쓰는 소형 냉방기와는 다른, 대형 공기조화 시스템에 가까웠습니다. 에어컨은 처음부터 사람을 시원하게 하려는 기계가 아니라, 생산 공정의 품질을 안정시키는 산업 설비로 출발한 셈입니다.그로부터 한 세기 남짓이 지나, 한국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6. 8. 11. 이전 1 2 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