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의 경제학 5편] 소의 다양한 활용 — 등심은 5%, 소의 경제는 100%
마트 정육 코너에서 우리가 고르는 것은 대부분 등심, 안심, 채끝, 갈비입니다. 1++가 붙은 등심 팩은 진열대의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소 한 마리에서 등심이 차지하는 비율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국립축산과학원이 2016~2020년 전국 농가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설정한 한우 도체수율 기준에 따르면, 평균 출하체중 696kg인 조사 표본에서 나온 살코기는 약 273.4kg이었습니다. 이 중 등심은 34.8kg, 안심은 7.45kg입니다. 등심은 출하체중의 약 5%, 안심은 약 1.1%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한우'라 부르며 1++ 프리미엄에 감탄하는 그 부위는, 사실 소 한 마리의 극히 일부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디로 갈까요. 그리고 이 소는 애초에 무엇을 먹고 자랐을까요.
소 한 마리 해부도 — 숫자로 보는 경제학
같은 조사 자료에서 평균 냉도체중은 전체 평균 약 426kg, 거세 한우 기준으로는 약 434kg으로 제시됩니다. 여기서 발골과 정형을 거쳐 살코기 약 273.4kg이 남습니다. 부위별로는 갈비(53.87kg)가 가장 많고, 양지(40.79kg), 등심(34.80kg), 사태와 앞다리가 뒤를 잇습니다. 안심은 7.45kg으로 가장 적습니다.

출하체중 696kg에서 살코기 273.4kg을 뺀 나머지는 뼈·지방·가죽·머리·발·내장·혈액과 가공 과정의 손실로 나뉩니다. 이 물량 전부가 같은 가격에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산업에서 원료로 다시 쓰이기 때문에 소 한 마리의 경제적 가치는 등심 무게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부산물 요리 문화 — 한국, 그리고 세계
한국은 소의 뼈·내장·꼬리·족·피를 국물과 구이, 전골, 순대 등으로 세분화해 소비하는 독특한 음식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뼈는 설렁탕과 곰탕의 기반이 되고, 양지는 국거리와 수육, 사태는 장조림과 찜의 재료가 됩니다. 꼬리는 꼬리곰탕, 도가니(무릎 연골)는 도가니탕, 우족은 우족탕이 됩니다. 내장도 부위마다 이름이 다릅니다. 양(첫 번째 위), 천엽(세 번째 위), 막창(네 번째 위), 곱창(소장), 대창(대장)이 각각 다른 요리로 발전했고, 선지(피를 굳힌 것)는 선짓국과 순댓국의 핵심 재료입니다.

조선의 소 도축 제한도 이 문화의 배경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소는 노동력으로 소중했기에 함부로 도축하지 않았고, 도축이 허용되는 순간에는 고기뿐 아니라 뼈·내장·피·족까지 남김없이 써야 했습니다. 다만 이 제한 하나가 부산물 요리 문화 전체를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시장과 도축업자들이 이 부위들을 각각 다른 상품으로 분리해온 과정, 도시 노동자들의 저렴한 단백질 수요, 궁중과 사찰의 식생활까지 함께 얽히며 오늘날의 부산물 요리 지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부산물을 폭넓게 활용하는 문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세계 곳곳의 목축 사회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도축 부산물을 식문화 안에 편입해왔습니다.

프랑스에는 내장으로 만드는 소시지인 앙두예트(andouillette)와 소 위장을 활용한 트라이프(tripes à la mode de Caen) 요리가 있습니다. 영국의 옥스테일 수프(oxtail soup)는 오랫동안 서민 음식의 상징이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소 혀 타코(taco de lengua)와 위장 타코(tripas)가 길거리 음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아르헨티나·우루과이의 아사도 문화에서는 아추라스(achuras)라는 이름으로 내장·혈액소시지(모르시야)·창자를 구워 먹는 것이 정식 코스의 일부로 자리잡았고, 중국 각지에는 소 내장을 넣은 뉴자탕(牛雜湯) 같은 요리가 흔합니다. 저마다 다른 이름과 조리법을 갖고 있지만, 소 한 마리를 낭비 없이 쓰려는 경제적 논리는 세계 어디서나 비슷하게 작동해왔습니다.

식탁 밖의 소 — 비식용 부산물 산업
요리가 되지 않는 나머지는 다른 산업의 원료가 됩니다.

가죽은 피혁 산업의 핵심 소재입니다. 소가죽은 국내외 원피 유통망을 거쳐 무두질 공장으로 이동하며, 이탈리아·스페인 등은 고급 가죽 가공·마감 기술로 유명합니다. 다만 특정 도축장의 가죽이 특정 명품 브랜드 제품으로 이어진다는 식의 구체적 연결은 별도의 공급망 자료 없이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여기서는 "소가죽이 세계 피혁 산업의 원료로 순환한다"는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뼈와 연골은 식품용 젤라틴과 화장품용 콜라겐(보바인 콜라겐)의 원료로 쓰입니다.
우지(牛脂, Tallow) — 가장 저평가된 부산물
지방 부위는 우지(牛脂, tallow)로 가공되는데, 이 우지의 쓰임새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공업용으로는 오래전부터 비누와 양초의 기본 원료였습니다. 지방산 구성이 안정적이어서 고체 비누의 굳기와 세정력을 만드는 데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바이오디젤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폐식용유나 식물성 오일과 함께 동물성 지방 기반 바이오연료가 여러 나라에서 재생에너지 정책의 일부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식용으로는 감자튀김이나 여러 튀김 요리의 튀김유로 오랫동안 쓰였습니다. 특히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한때 감자튀김을 우지에 튀기는 것이 표준이었고, 이후 건강 문제로 식물성 기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라면 스프나 일부 조리 기름의 원료로 우지가 쓰인 역사가 있는데, 1980년대 후반 국내에서 벌어진 "우지 파동"은 식용 우지의 품질과 표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으로 오래 회자됐습니다.
화장품·뷰티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비프 탤로우(beef tallow) 스킨케어가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피부 지질 구성이 인체 피지와 유사하다는 점을 내세운 천연 크림·밤 제품들이 여러 나라에서 니치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즉 소의 지방 부위 하나가 비누 공장, 튀김솥, 바이오디젤 정제소, 화장품 실험실이라는 전혀 다른 네 개의 산업을 넘나드는 셈입니다. 등심 프리미엄 뒤에서 가장 조용히, 가장 폭넓게 쓰이는 부산물이 바로 우지입니다.
헤파린 — 소보다는 돼지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
의약품 원료로서의 부산물 이야기도 짚어볼 만합니다. 헤파린(Heparin)은 혈액 응고를 막는 항응고제로, 심혈관 수술과 투석 환자에게 필수적인 의약품입니다. 다만 오늘날 의약품용 헤파린의 대부분은 돼지의 장 점막에서 추출되며, 최근 자료에서는 돼지 유래 비중이 90%를 훌쩍 넘는 것으로 제시됩니다. 소의 폐나 장 점막에서 추출하는 소 헤파린은 대체·보조 공급원에 가깝습니다. 시장 규모는 원료 헤파린인지 완제의약품인지, 소 유래인지 전체 헤파린 시장인지에 따라 조사기관별 편차가 매우 커서 특정 숫자를 단정하기보다, "동물 부산물이 필수 의약품의 원료가 될 수 있다"는 사례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등심은 5%지만, 등급은 도체 전체에 붙는다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1++라는 등급은 등심이나 안심 같은 특정 부위에만 붙는 스티커가 아닙니다. 쇠고기 등급은 도축 후 등급판정 부위(등심 단면)의 상태를 근거로 도체 전체에 부여됩니다. 등심이 출하체중의 약 5%에 불과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1++ 등급이 등심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등급이 도체 전체에 부여된다고 해서 모든 부위가 같은 폭의 가격 프리미엄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등심·안심·채끝은 마블링 프리미엄이 강하게 반영되지만, 양지·사태는 조리법과 국거리 수요가 가격을 더 크게 좌우합니다. 갈비는 구이·찜·탕으로 용도가 나뉘고, 내장은 신선도와 손질 비용이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며, 뼈·족·꼬리는 외식업 경기와 계절 수요에 민감합니다. 가죽·우지·혈액 같은 비식용 부산물은 아예 식품과 다른 별도의 산업 가격으로 결정됩니다. 즉 도체등급과 부위별 소매가격은 같은 숫자가 아닙니다. 1++ 등심의 높은 가격이 사골이나 우지의 가격을 직접 끌어올리지는 않습니다.
소수의 고가 부위가 소비자의 품질 인식을 대표하지만, 소 한 마리의 실제 경제적 가치는 여러 산업이 나눠 만들어내는 가치사슬 전체의 합산으로 완성됩니다.
소는 무엇을 먹고 자랐나 — 사료의 경제학
이 모든 부위가 나오기까지, 소는 오랜 기간 무언가를 먹어야 합니다. 1편·3편에서 살펴본 사육 기간과 마블링의 관계는 결국 사료의 경제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우는 생애 초기 조사료(건초·볏짚 등 섬유질 위주 사료) 비중이 높다가, 비육 후기로 갈수록 마블링 형성을 위해 농후사료(옥수수·대두박 등 곡물 배합사료) 비중을 크게 높이는 사양 방식을 씁니다. 이 농후사료의 상당 부분이 옥수수의 경제학 3편에서 다룬 수입 곡물에 기대고 있습니다. 즉 한우 등심 한 조각의 원가에는, 국제 곡물 시장의 가격 변동이 이미 깊숙이 반영돼 있는 셈입니다.

반면 호주·미국 일부 목초 비육(grass-fed) 소고기나 브라질의 방목형 소는 상대적으로 곡물 사료 의존도가 낮습니다. 이는 단순한 사육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각 나라가 갖고 있는 초지 면적과 기후 조건,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원가 구조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마블링을 극대화하려는 한우·와규식 전략이 필연적으로 곡물 사료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십보의 정리
소 한 마리의 가치는 1++ 등급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등급제는 유통을 표준화하는 도구이자, 시장의 프리미엄을 마블링이라는 지표에 집중시키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실제 소 한 마리의 경제적 가치는 사골국, 선지, 가죽, 콜라겐, 우지, 그리고 그 소를 키운 사료 시장까지 넓게 흩어져 있습니다.

마블링 1++ 등심을 구매하는 사람은 소의 극히 일부를 소비하는 것입니다. 설렁탕 한 그릇을 먹는 사람도, 비누나 화장품을 쓰는 사람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같은 소의 일부를 소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소 한 마리의 경제는 여러 산업이 나눠서 완성하는 거대한 순환 시스템이며, 그 시스템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그 소가 무엇을 먹고 자랐는가라는 사료의 경제학이 있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돼지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ASF 같은 가축전염병이 공급망을 어떻게 흔드는지부터 시작해, 세계 돼지 품종 지도와 사료 구조까지 살펴보겠습니다.
📚 축산의 경제학 시리즈
- [프롤로그] 가축화란 무엇인가 — 왜 얼룩말은 안 되고 소는 됐을까
- [1편] 1++의 탄생 — 마블링 중심 등급제가 한우 가격을 만든 방법
- [2편] 관세가 0%가 됐는데 — 왜 한우와 수입육의 가격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가
- [3편] 세계 소 품종 지도 — 한우와 와규는 왜 마블링을 선택했나
- [4편] 소를 먹는 문화, 먹지 않는 문화 — 신성성·자산·인증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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