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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긋는 사람들 13편 · 유럽 C편] 유럽의 역설 — 선을 지우는 데 성공한 대륙이 왜 다시 국경을 닫고 있는가 [선을 긋는 사람들 13편 · 유럽 C편] 유럽의 역설 — 선을 지우는 데 성공한 대륙이 왜 다시 국경을 닫고 있는가여러분, "선을 긋는 사람들" 열세 번째 이야기이자 유럽 3부작의 마지막 편입니다. 11편의 첫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를 탄 여행자가 여권 한 번 꺼내지 않고 파리에 도착하는 장면입니다. 그때 우리는 "이 평온함이 얼마나 최근의 일인가"를 물었습니다. 이제 거꾸로 물을 차례입니다. 이 평온함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오늘의 장면 — 석탄과 철강에서 시작된 발상두 나라가 싸우려면 철강이 필요하고, 철강을 만들려면 석탄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석탄과 철강을 같이 관리하면 싸울 수 없지 않을까요. 1950년, 이 단순한 논리가 역사를 바꿉니다. 선은 어떻게 지워졌나1950년 5.. 2026. 8. 8.
[시장의 식탁 | 콩의 경제학 4편] 팥 — 동아시아는 왜 유독 콩을 달게 먹었을까 [시장의 식탁 | 콩의 경제학 4편] 팥 — 동아시아는 왜 유독 콩을 달게 먹었을까외국인이 단팥빵을 처음 먹을 때 종종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이게… 콩이라고요? 콩으로 만든 달콤한 빵 속 재료가?" 불쾌해서가 아니라 그냥 낯설어서 나오는 반응입니다. 콩은 짭짤한 스튜에 들어가거나, 단백질 보충제가 되거나, 고기 대신 먹는 것이지 — 설탕을 넣어 달콤하게 만드는 재료가 아니라는 오랜 인식과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3편에서 렌틸콩과 병아리콩에 '슈퍼푸드'라는 언어가 붙으면서 시장 가치가 바뀌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반대 방향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콩과 식물이 어떤 문화의 손끝을 거쳤느냐에 따라 짠 스튜가 되기도 하고, 달콤한 디저트가 되기도 합니다. 언어가 시장을 결정한다면, 미각 문화는 그 언어.. 2026. 8. 8.
[사물의 경제학] 냉장고 — 보급률 100%의 가전이 만든 것과 빼앗은 것 [사물의 경제학] 냉장고 — 보급률 100%의 가전이 만든 것과 빼앗은 것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가장 조용한 혁명냉장고는 혁명처럼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세탁기·텔레비전·전화기처럼 등장 순간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았습니다. 그냥 주방 한 켠에 놓였고, 조용히 켜져 있었고, 어느 날 보니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조용한 상자 하나가 직업을 지웠고, 식생활의 리듬을 바꿨고, 수조 원짜리 산업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콜드체인 편]에서 산업 단위 냉각을 읽었다면, 오늘은 그 원리가 가정 안으로 들어온 뒤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몇 가지 축으로 읽겠습니다.◼ 첫 번째 축 — 전환: 아이스맨이 사라진 날1920년대 미국 도시에는 아이스맨(iceman)이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 2026. 8. 8.
[일상다반사] Fab — 대장간에서 반도체 공장까지, 한 단어가 만든 2천 년의 여정(팹리스, 파운드리) [일상다반사] Fab — 대장간에서 반도체 공장까지, 한 단어가 만든 2천 년의 여정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반도체 경제학 7편] 공장을 가졌다는 죄 — 팹리스·파운드리·IDM에서 팹리스·파운드리·IDM 이야기를 다루면서, 계속 마음에 걸리는 단어가 하나 있었습니다. Fab. 반도체 공장을 가리키는 이 짧은 단어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서 파고들어봤는데, 뿌리를 따라가다 보니 로마의 대장장이까지 닿았습니다.대장장이가 남긴 격언Fab의 어원은 라틴어 faber(파베르)입니다. 단단한 재료, 특히 금속·돌·나무를 다루는 숙련된 일꾼을 가리키던 말이었습니다. 철 대장장이는 faber ferrarius, 목수는 faber lignarius라 불렸고, 이들을 통칭하는 단어가 faber였습니다.로마인들은 이 단어.. 2026. 8. 8.
[반도체 경제학 7편] 공장을 가졌다는 죄 — 팹리스·파운드리·IDM, 반도체 세계의 세 가지 삶 [반도체 경제학 7편] 공장을 가졌다는 죄 — 팹리스·파운드리·IDM, 반도체 세계의 세 가지 삶 📌 도입 — "엔비디아는 공장이 없는데 왜 세상에서 가장 돈을 잘 버나" 안녕하세요, 오십보입니다. 2027 회계연도 1분기(2026년 2~4월) 기준, 엔비디아의 매출은 816억 달러, 전년 대비 85% 증가했습니다. 매출총이익률은 GAAP 기준 74.9%, Non-GAAP 기준으로도 약 75% 수준이었습니다. 100원어치 팔면 75원가량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엔비디아에는 반도체 공장이 단 한 개도 없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한국·미국·중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운영합니다. 수십조 원짜리 장비를 사들이고, 수만 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 2026. 8. 7.
[고려편 5] 직지와 금속활자 — 가장 빠른 기술은 왜 혁명이 되지 못했나 [고려편 5] 직지와 금속활자 — 가장 빠른 기술은 왜 혁명이 되지 못했나 지난 글에서 오십보는 고려청자를 보았습니다.청자는 중국에서 들어온 기술이었지만, 고려는 비색과 상감이라는 자기만의 답을 찾아냈습니다. 기술과 수요, 왕실의 후원 체계가 만나 하나의 브랜드가 된 사례였습니다. 이번에는 반대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고려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 있었습니다.금속활자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고려는 구텐베르크보다 앞서 금속활자로 책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처럼 인쇄 혁명, 종교개혁, 과학혁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늘의 주인공은 직지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질문은 이것입니다.가장 빠른 기술을 가진 나라가 왜 가장 큰 변화를 만들지는 못했을까요.직지는 무엇인가직지의 원래 .. 2026.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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